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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SELF/DIARY

정리해고

by ppgoo 2022. 12. 10.

미국 직장인으로 느끼는 상실감..

 

회사에서 레이오프(정리해고)가 있었다. 지난주 다른 도시 오피스에서 30명을 했단 소식을 들었을때에도, 그리고 그제 내가 있는 오피스에서 7명 정도가 해고가 되었단 이야기를 들었을때만 해도 좀 먼 이야기 하는것 같았다. 일곱명이라는 작은 숫자가 주는느낌과 내 주변사람들중에는 나간사람을 보지 못해서였던것 같다.,

하루이틀이 지나고 정리해고가 된사람들을 알게 되고 갑자기 정신이 확 들어왔다. 7명 모두가 10년에서 20년차 사이의 사람들이었다. 20년 이상다녔던 사람 한명도 해고되었고.. 그사람이랑은 지난주 미팅도 했었는데.. 또 한명은 지금 내 지위 역할과 매우 유사해서 옛날에는 서로 많이 싸우기도 했던 친구였는데 그친구도 해고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친구와 나를 저울질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2009년 전체 인원의 1/3이 정리해고 될때, 난 들어온지 몇년 되지 않는 신입이었다. 처음에 시작할때는 속으로 "그래 나갈만 했어" 했던 사람들이 몇차례를 더 하고 나서는 "어? 이친구는 왜 해고된거지?" 했던 생각이 들었었다. 마지막 대규모로 했을때에는  자리순서대로 HR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으면 짤리는거고 건너뛰면 살아남는.. 그런데.. 난.. 전화를 받았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전화를 받고 HR에 내려가면.. IT에서 올라와 컴퓨터를 잠가버리는 순서..

그런데 긴장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우습게도 HR에서 "미안, 잘못전화했다"는 말을 듣고 느꼈던 안도, 허탈감.. 주위에 불려가는걸 지켜봐야 하기에 그 감정을 표현할수도 없었다. 선택을 기다리기만 해야하는 날들..

 

미국은 한국과 같은 직장내 유대감이 없다. 회식도 일년에 한두번 하는정도이고 서로의 개인전화번호도 모르고, 먼저 말하지 않는한 물어보는것도 실례가 되는 분위기.. 해고도 법적으로 2주전 알려야 하는 이유로, HR에 불려가면 회사에서 2주치의 월급을 주면서 나오지 말라고 하는것이 전부.. 아무리 오래 다녀도 퇴직금도 없고, 남은 휴가일수를 계산해 돈으로 돌려주면 금전적인관계 끝.. 의료보험도 회사를 나오면 최대3개월정도 까지만 연장할수 있는 상태가 되고 그뒤에는 보험혜택을 못받는다. 미국에서 무보험자는 아파도 병원을 갈수가 없다. 특히 영주권이 없는 비자상태라면 정말 그 친구들은.. 일정기간내 새로운 직장을 찾지못하면 출국해야하는 난감한 상태가 된다..

 

앞으로 더 상황이 않좋아지면 그때의 그 기분이 더 떠오를것 같다. 역전의 용사..  난 외국인 노동자이고 내 의지가 아닌 타의로 이 직장을 그만둘수 있단 생각을 한동안 잊고 살았었다.. 좋은 시절은 가고 이제 다시 힘든 시간이 오려나 보다.. 

 

 

2022.12.09 금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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