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sion 1
17일
20:00 출발확정
21:10 집 도착, 출발준비(기차예약)
22:30 집 출발
23:20 서울역도착, 부식구입
23:50 서울역 출발
18일
05:10 구례구역도착, 터미널 출발
05:30 화엄사 출발
06:00 화엄사 도착
07:00 등반시작
11:00 노고단 도착, 식사
12:00 노고단 출발
14:20 토끼봉 정상
18:00 백소령산장 도착, 식사
19:00 취침
19일
07:00 기상, 식사
08:00 백소령 출발
11:00 세석산장 도착, 식사
12:00 출발
15:30 장터목 도착, 식사
19:30 취침
21일
05:40 기상
06:20 장터목 출발
07:10 천왕복 도착
08:00 천왕봉 출발
10:30 치발목산장 도착, 식사
11:30 출발
14:30 대원사 도착
15:30 대원사 출발(버스)
19:00 진주 출발(버스)
22:45 서울도착
version 2
첫째날
낮12시 교수님과의 미팅이 끝나고부터 그 동안 벼르고 있던 여행을 구체화 시키기 시작했다. 오후에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차 시간과 등반 루트를 점검하고 모든 준비를 했다… 수,목요일 연구실 MT를 가기로 한 상태였지만.. 내겐 그건 별로 생각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가려고 하니.. 망설여 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내게 강요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내 의지에 따른 뿐이었다. 결국 연구실에서 저녁 8시 집으로 갔다.
집에 가는 길에도 내가 꼭 갈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지난번 산행에서 죽은 사람들의 뉴스가 나온 후 어머니는 겨울 산행에 강하게 반대하셨으니까.. 정 말리신다면.. 하는 생각과.. 함께..
집에 와서 방에서 여행 장비들을 챙기면서.. 어머니께는 거짓말을 했다. 최근 같이 공부하던.. 친구녀석과 같이 가는 거라고.. 그 녀석 집이 진주이고.. 아버님과 무지 자주 지리산을 가서.. 그 친구.. 지리산을 잘 알고 있다는..
생각보다.. 쉽게 먹혀 들었다. 집에 오는 길에 걱정했던 것이.. 우스울 정도로..
한시간만에.. 모든 짐을 챙겨.. 나왔다.. 집에 오는 길에 불확실함으로 미뤘던 기차예약도.. 집에서 하고..
거짓말이 들통날까 봐.. 서둘러 나왔다..그리고 나오면서 신발을 아버지 것을 신고 나왔다. 항상 내가 산에 갈 때 신던 신발이 낡았다는 생각이 들어.. 어머니께 말하고.. 나왔는데.. 정말 큰 판단착오 였다.
서울역에 도착.. 편의점에서 라면4개,참치1개,초코바2개,영양갱1개,꼬마김치3개,3분 짜장,카레1개씩,치즈,햇반2개,깻잎1통 구입..
열차는 한산했고.. 낡고.. 쾌쾌한 냄새가 났다.
난 곧 잠이 들었고.. 얼마 후 어린아이의 칭얼거림에 잠을 깼다. 젊은 부부와 두 아이.. 한 아이가.. 계속해서.. 칭얼거린다.. 아무리 달래도 멈추지 않는 아이.. 처음엔 짜증이 났지만.. 어쩔 줄 몰라.. 애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왔다 하는 아이 엄마를 보니..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 가족도 어디에선가 내리고..
둘째날
다시 잠이 들어 구례구라는 곳에 도착할때즈음 깨어났다.
구례역에서 내린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같이 지리산 등반을 위해 온 사람들 같아 보였다.
역에서 나오니 시내버스 한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20여명이 아무말 없이 그곳에 타고 시내버스는 버스터미널로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묻지 않아도.. 화엄사로 출발하는 차가 몇 시에 어디에서 있다는 말까지.. 마치 우리들이 단체로 온 등반객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잠시 터미널에서 차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를 위해 그 시간 가게 문을 여는 터미널.. 아줌마에게 부탄가스와 깔판(1시간의 급한 여행준비로 빠뜨린 유일한 물건)을 샀다...
역에서 터미널까지 버스를 탄 등반복차림의 사람들은 20여명이었는데.. 화엄사로 가는 버스를 탄 사람들은 10여명 남짓.. 전문 산악인들 같아 보이는 이들은 다른 코스를 택했나 보다.(잠깐.. 난 분명 아마추어임을 밝힌다..)
화엄사 도착..
아직 어둠이 있는 절을 올라 갔다. 전날에만 해도 한참 잠에 빠져 있었을 시간.. 혼자하는 그리고 2년만에 하는 산행이라 난 날이 밝은후 등반하기로 했고 추위를 피할곳을 찾다가.. 대웅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부처님께 절하는 척(절도 했다 근데 몇번해야 하는거지?^^;)하며.. 아무도 없는 법당내에서.. 업드려... 잠깐 잠을 잤다.. 잠에서 깨어나보니..밖은 어둠이 걷히고 있었고.. 난 산을 올랐다.
업드려 있다가 잠에서 순간 난 여행기간 동안 가장 큰 갈등을 했었다. 등반하기 싫다는.. 그냥 어디에 가서 잠이나 실컷 자고 가자는.. 그 유혹을 뿌리치기가 정말 힘들었었다… 그 이유로는.. 앞에서 말한.. 신발..
그때 이미 양 뒤꿈치와 발목에서 통증이 오고 있었다. 역시 신을 함부로 바꾼 것이 실수였음을…
암튼..
산을 올랐다..
같이 버스에서 내렸던 무리들은.. 이제 모두 사라지고.. 동이 터오는 산길을 혼자 걷기 시작했다..
노고단까지 10km.. (노고단 근처까지는 차로 올라갈수 있다. 그러나 전날 확인해본결과… 겨울철에는 버스가 그곳까지 운행을 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듣고.. 밑에서부터 걸어가기로 했다.)
오르는 길에 초코바를 먹고.. 노고단에 올라가 늦은 아침겸 이른 점심으로 라면과 사가지고간 햇반을 먹었다. 지리산 종주를 생각했을 때.. 처음 생각한 출발점에.. 결국 점심때서야.. 도착한것이었다.
노고단 출발.. 여행내내 나를 괴롭힌 것은.. 신발이었다.. 처음엔 뒤꿈치만 아프더니.. 얼마후에는 뒤꿈치의 통증은 잊혀지고.. 발목까지 올라오는 신발의 가죽부분이 발목신경을 누르면서 생기는 통증이 나를 괴롭혔다. 마치 군대 훈련때 새 군화를 신고 일주일 행군할 때 생겼던 그런것이었다..
첫날 목표는… 연하천 산장이었다.
그러나 연하천 산장에 너무 일찍 도착했다. (참고로 내가 알고 있는 지리산의 산장은.. 노고단-뱀사골-연하천-백소령-세석-장터목-로타리-치발목 8개이다. 노고단부터 장터목까지는 차례대로 있고.. 치발목과 로터리는 천왕봉에서 하산하는 코스에 따라 다르다. 각 산장과 산장은 3-4km간격으로 있고 백소령과 세석사이만 6km로 길다. 또한 산장은 국립공원에서 관리하는것과 민간인이 관리하는것으로 나뉘고 보통 사설이 시설이 떨어진다. 연하천은 사설이고 백소령은 국립이다.)
결국 다리는 아프지만 다음 산장에서 자기로 결정하고 도착.. 가지고간 쌀로 밥을 해먹고 잠을 잤다..
그리고 정말 많은 꿈을 꿨다. 중간에 2-3번 잠에서 깬 것 같고.. 내용은 생각나지 않았지만.. 기분이 아주 좋은 꿈들이었다.. 모든것이 내가 원했던 일들이 일어났던 것 같다.
셋째날
아침에 일어나 전날 해놓은 밥을 끓여 먹고(지리산에서는 취사가 금지되어 있다. 지정된곳에서도 식수밖에는 물을 쓸수가 없다.. 그럼 어떻게 그릇을 씻냐구? 휴지로만 닦는다^^ 매번 휴지로만 닦고 라면 끓이고 그곳에 밥먹고 해도 산에서는 더럽단 생각은 절대 나지 않는다.. 나의 경우 산에서는 주로 저녁에 아침분량까지 해놓고 아침에 물을 넣고 끓여 먹는다. 그리고 점심엔 라면과 전날 저녁에 해놓고 덜어놓은 밥을 말아 먹는다. 코펠은 하나만 쓴다.) 다시 산행을 했다. 전날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의 구간은 내 육체의 피로때문이었는지.. 산행중 제일 지루했던 코스였다. 장터목까지의 구간은 이곳 저곳 볼곳도 많았고.. 또한 장터목까지의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선지 여유을 갖고 걸어갈수 있었다.
섬비샘은 요즘 가뭄이라 물이 말라 있었고.. 장터목에 도착하니 애매한 시간이었다. 천왕봉을 갔다가 그냥 하산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고 그냥 다음날로 미루자니 너무 이른시간이고.. 결국 산장에서 머물기로 결정..
장터목산장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지리산의 산장은 장터목산장을 제외하고는 낮에는 개방하지 않는다. 동절기는 오후5시가 되어야만 실내로 들어갈수 있다. 그래서 산장에 일찍 도착하면 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어야 한다. 등산을 할때는 땀이 나서 춥지 않지만 가만히 서있으면 금방 한기로 몸이 떨리는 것이 지리산이다.)
원래 지리산 산장에서 자기 위해선 인터넷예약이 필수 있다. 하지만 나는 2년만에 하는 산행이었고.. 무엇보다도 산에 올라가면서까지 잘곳을 정해놓아야 한다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아서 하지 않고 갔다(물론 인터넷으로 요즈음 평일에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은 확인했다) 대신에 예약한 사람들이 등록한 이후에 자리 배정을 받을 수 있다.
장터목에서 저녁을 먹고.. 다음날 힘든 마지막 코스를 위해 일찍 잤다. 역시.. 2-3번 일어났다. 여행내내 너무 좋았던 날씨는 저녁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새벽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났을때에는.. 심한 눈보라가 날리우고 있었다.
넷째날
천왕봉의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해가 뜨기 전부터 일어나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나는 짐까지 챙겨 출발했다. 대부분 장터목에서 짐을 놓고 1시간거리인 천왕봉을 다녀온후 장터목에서 하산을 한다. 나는 천왕봉을 넘어가서 하산하려고 생각했기에 짐을 모두 지고 갔다. 아직 해가 뜨기전 랜턴없이 혼자하는 어둠속의 산행은 무리라 생각하고 올라가는 무리들을 쫓아갔고.. 한시간정도 후에 천왕봉에 도착했다.
잠시후.. 정말 멋있는 일출을 볼수 있었다. 1900여 미터의 천왕봉의 날씨는 정말 자주 변하기 때문에.. 장터목에서 날씨를 보고 올라간다해도 도착하면 달라지는데.. 그날은 정말 운이 좋았다. 정말 몇분만에 일출을 끝났고.. 사람들은.. 기념사진을 찍고.. 서둘러 내려갔다. 모든 사람이 내려간후 나는 한동안 더 머물며 그곳의 경치를 즐겼다.
그리고 내앞으로 단 두명만이 지난간 흔적이 있는 길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그리고 난 치발목산장까지는 그곳에서 여행중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치발목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고 여행을 마무리하면서.. 남은 부식은 가지고간 쌀조금과 역시 조금 남은 부탄가스..참 경제적인 산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는 하산할때까지.. 남은 부식이 많았었다) 하산내내 나는 내 발과의 싸움이었다. 이미 뒤꿈치에서는 물집이 터지고 쓸려서 나온 피가 양말을 적셨지만.. 그 통증은 사라졌고.. 한발한발 디딜때마다 올라오는 전율..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가죽과 내 발목 힘줄과의 싸움속에서 나오는.. 통증이 너무 고통이었다. 결국 평지에 도착해서도.. 똑바로 걷지 못하고.. 무릅까지 쑤시기 시작.. 잘못된 디딤의 결과가 무릅까지 영향을 준 것 같았다.
암튼..
내려와.. 처음 보이는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을 먹고.. 부모님을 위해 고로쇠나무 수액을 사서 다시 짊어지고.. 대원사에서 버스를 타고 진주로가서..
3일동안 씻지못한 몸을 씻고 산장에서 옆사람들이 가지고와 먹던 그렇게 먹음직스러워 보였던 삼겹살을 혼자 시켜 먹고 저녁차를 타고 서울로 왔다..
이렇게 나의 여행을 끝났다.
version 3
1) “너도 이제 나이들었다는 증거야!”
아마도 대학입학이후 산에 수동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매 여행에 카메라,줌렌즈,트라이포트(삼각대)까지 꼭꼭 챙겨 등산 배낭외 가방하나를 달고 다녔는데.. 이번에는.. 디지털카메라와 작은 수첩하나만 들고 떠났다. 사진기를 들고 가지 않는 내 모습을 보며 어머니 말..
2) 익숙함은 그것의 소중함을 잊게 한다
오랜만에 하는 등산이라 잠시 신발의 중요성을 잊고 있었다. 이전까지 산에 다니며 발이 아파 고생한적은 기억하지 못했으니까.. 익숙함은 그것의 소중함을 잊게 한다. 길들여진 신발이 주었던 편암함을 잠시 잊고 한눈을 팔았다. 사랑도 그랬던건가?
3)앙케이트
중학교때 했었던 앙케이트를 작성해보자는^^ 유치한 일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4) Beautiful mind의 주인공처럼….. 무시하며 사는 법을 배운다.
벽소령산장이었다.. 나의 한심한 기억장치.. 마지막 겨울에 1박2일로 지리산을 갔었는데.. 나는 그동안 세석산장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에 확인을 했고.. 그 친구와 있던 기억, 사진을 찍을 장소가 보였다.
영화 beautiful mind에서 정신착란증세의 주인공은 자신은 분명 존재했다고 믿었던 주위의 사람들이 결국 자신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거라는 것을 깨닫고..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그들을 잊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사는 법을 배운다. 생활하며 자신은 그들을 보지만 무시하며 사는 법을 배우는것이다.
왠지 나도 그렇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애써 잊으려 하는것도 애써 기억하려는것도.. 아니고.. 그냥..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보이면 보이는 대로.. 내 주위에서 맴도는 그녀의 생각들을 무시하며 사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이제는 배웠다고 생각된다.
5) 겨울 산이 좋은 이유
사람을 보면 반가움이 든다. 깨끗하다. 항상 찬물 그리고 고드름^^; 을 먹을 수 있다.
많은 산에서 봄에는 건조하기 때문에 입산을 통제한다. 지리산은 보통 2월 15일인데 올해는 눈이 많이 와서 3월3일까지로 늦춰졌다고 한다. 산을 내려오면서.. 마지막에는 눈도 없고 날씨도 더운날씨였다.. 그러면서 생각했던.. 내가 겨울산을 좋아하는 이유
6) 영진이와 오지 않은 이유
어머니께 같이가기로 했다고 거짓말을 했던 상대는 같이 가기로 한 것 말고는 모두다 사실이었다. 집이 진주고 아버님이 등산을 좋아하시고.. 그리고 그 친구와 등산을 같이 가기로 했었고.. 지금 그 친구 시간도 있고.. 지난번 만남에서도 같이 여행가자고 약속했지만.. 난 혼자를 선택했다. 이유?
7) 종교는 개인의 영혼을 담보하여 얻은 자유
위 친구와 많은 종교문제로 이야기 했고.. 이젠 서로 그런 사람이지.. 하고 있다.. 그 친구는 메신저 대화명도 “예수믿으면 좋습니다”라고 해놓은 사람.. 난 왜 그 친구와 오지 않았을까로 혼자 생각하다가 떠오른 말.. 내가 종교 또한 구속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 친구는 종교가 있어서 진정한 자유를 얻었다고 한다. 난 분명 비 종교인이다. 그러기에 이런 입장에서 말할수 있다.
8)난 등산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힘들게 죽어라 올라갔다가 사진 잠깐찍고 주르륵.. 내려오는것이 너무 비능률적으로 보여서^^ 다만 높은곳을 좋아하는 맘이 더 크기에 그리고 지리산은 그리 험한 산이 아니기에 찾게 되는 것 같다.
9)죽음..
산에 오를 때.. 아니.. 높은곳을 올라서 드는 생각은.. 죽음은 참 내 가까운곳에 있다는 것..
어릴적 죽음에 소극적, 수동적이었고.. 두려움의 대상에서 이제는 적극적, 능동적.. 맞짱뜨는 대상으로 생각된다는 것.. 나는 언제나 나의 죽음을 택할수 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의지로 죽지 않고 있다..
나의 의지로서..
10) 만남..
컴퓨터 소프트 웨어 분야 사업을 한다는 아저씨와 올해 한국일보 신춘문에(시부분)에 당선되었다는 사람(오늘 서점 간김에 확인했음^^ 정말이던걸..)
첫째날과 둘째날 셋째날 저녁까지는 등산을 한 것에 후회도 했다. 계속해서.. “무엇을 위한 여행인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바쁜시간을 쪼개서 육체적 고통을 감수하고 내가 산을 타는 이유에 대해.. 그리고 내가 그리던 지리산이.. 이것이었나..는 생각과 함께.. 하지만..
셋째날 장터목산장에서 저녁을 먹으며 난 생각이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면서부터..
저녁을 위해 취사장에서 있는데.. 나처럼 혼자온.. 산사람 같은 아저씨.. 술을 가지고 왔다.. 주위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며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주위 사람 반응은 별로 술먹고 싶어하지 않는 분위기.... 난 그 사람에게 가서.. 술을 달라고 해서 같이 술을 마셨다.. 오고간 내용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분위기.. 그곳에서만 느낄수 있는.. 그 분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잠잘때 내 옆자리 사람.. 지리산 자락에 작은 절에 들어가 있을 요량으로 왔다가 그곳에서 거절 당하고 온김에 지리산을 올라보자며 아무것도 없이 온 사람..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지만..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았다.. 한마디로.. 내 머리속에 있는 고등학교 친구 신유준 같은 사람..
고등학교만 두번 중퇴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중앙대에서 하는 문예과정을 수료하고.. 시인을 하려는 사람 답게 릴케의 시집을 들고 왔다.. 미안했지만.. 난 시는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읽는다고 빌렸다가.. 시집임을 알고 얼른 다시 돌려 줬다.
혼자하는 겨울산은 이러한 만남이 있어 좋다.
11)이젠 외롭지 않다.
대학시절 처음 혼자한 지리산 여행은 결국 이틀만에 외로움을 못이겨 내려왔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은 제일 긴 거리의 지리산 종주를 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외로움을 참은 것이 아니라 그냥 받아들일수 있었다는 것..
처음 혼자 걷는 길은 내게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제 죽음처럼.. 그리고 지나간 사랑처럼..
혼자 길을 걸어갈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
외로움 또한 내 삶의 일부인걸..
스물아홉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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