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의 눈에는 높이 서있는 건물의 바닥이나 벽은 절대 움직이지 않을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건물 공사가 끝난 순간부터 건물은 여러가지 이유로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견디려 한다. 콘크리트를 붓고 굳는 과정에서 콘크리트가 수축을 하며 움직인다. 콘크리트가 굳는 과정(Concrete Hydration)은 처음 일년동안 대부분 이루어지지만 그 뒤로도 오랜시간 계속 이어진다. 콘크리트 바닥은 그 자체의 하중에 의해 기둥이나 빔이 있는곳과 없는 곳에서 다르게 내려앉는다.(Floor deflection). 또한 건물이 높게 올라갈수록 아래로 움직이는 힘(Gravity Load) 뿐만 아니라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힘(Lateral load)에 의해 암뒤로 흔들고, 지진이 많이 나는 곳에서는 좌우로 건물을 흔들어 댄다.
또한 요즘에는 많은 기계의 도움으로 정확도가 올라갔다고 하지만 건물은 좌표가 존재하지 않는 허공에 무언가를 만들어 가야 하는 작업으로 사람들의 손이 많이 들어가고 그것은 언제나 정확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것이다. 10mm의 차이가 100층 건물 꼭데기에서는 1m의 차이를 만들어 낼수 있는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물 외벽을 설계할때 항상 고려해야 하는것은 건물의 어느부분도 고정된 것이 없다는것이다. 그래서 항상 어딘가에 움직일수 있고 건설과정에서 생기는 차이를 상쇄할수 있는 장치와 공간(Movement joint)을 만들어 줘야 한다.
건축에서는 이를 tolerance라고 한다. 건물의 주요 구조물은 보통 50-75mm는 생겨도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고 외벽설계시에는 10mm정도는 생겨도 아무것도 아닌것이고 만약 가구나 인테리어를 설계하게 되면 1mm에도 민감하게 될때도 있다.
'대상에 따라' 그 '아무것도 아닌' 범위(tolerance)가 달라지는것이다.
사람을 대할때에도 '아무것도 아닌' 범위(tolerance)가 큰 대상인 사람이라면 그사람이 내게 잘못을 해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 범위(tolerance)가 작은 대상의 사람이라면 그사람의 작은 실수에도 내가 영향을 받을수 있다.
그 '대상에 따른' 범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것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때로는 상처를 얻기도 하지만 항상 난 그것을 키우려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tolerance의 뜻으로 '관용'이라 쓰는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거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아파트는 평당 300kg을 견디게 설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학교나 강당은 하중을 훨씬 높게 설계하고. 하층이라도 푸트코트는 사람들 앉는 데랑 무거운 주방기구 놓는 데랑 하중을 다르게 설계해야해.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쎄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일이있어도 내력이 쎄면 버티는거야" 나의 아저씨 대사..
건축하는 나에게 더 깊게 와 닿았던 말..